AI와 글로벌 금융의 대전환 - 오늘의 4가지 장면
세계 최대 국부펀드의 수장 니콜라이 탕엔(Nicolai Tangen)은 인공지능(AI)의 가속화된 확산이 전 세계적인 사회적, 지정학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준엄한 경고를 던졌다. 이는 금융계를 강타한 AI 혁명의 핵심적 긴장, 즉 엄청난 잠재력과 그에 상응하는 중대한 위험의 공존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본 글에서는 AI가 글로벌 금융에 가져오고 있는 다각적인 지각 변동을 탐구하고자 한다. 불평등 심화에 대한 경고부터 시장 버블을 둘러싼 격렬한 논쟁, 새로운 경제 지표와 리스크의 부상, 그리고 글로벌 자본이 이 새로운 지형을 어떻게 항해하고 있는지 심도 있게 분석한다.
장면 1. 양날의 검: AI가 가져올 생산성 향상과 불평등 심화
니콜라이 탕엔은 AI가 자신이 이끄는 노르웨이 국부펀드 내에서 이미 최대 20%에 달하는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그는 이 기술이 가진 또 다른 얼굴, 즉 불평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한다.
탕엔은 AI가 부유한 개인 및 국가와 가난한 이들 간의 격차를 극적으로 확대할 잠재력이 있다고 진단하며, 그 근본적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 전제 조건: AI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사전 교육, 전기, 디지털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 글로벌 분열: AI 기술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로 세계가 양분될 실질적인 가능성이 존재한다.
- 사회적 분열: 이 기술은 한 사회 내부마저 분열시킬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다.
각기 다른 규제 접근 방식 또한 성장률의 격차를 벌릴 수 있다. 탕엔은 미국과 유럽의 상황을 비교하며 날카롭게 지적했다.
- 미국: "AI는 많지만 규제는 많지 않다."
- 유럽: "AI는 많지 않지만 규제는 많다." 이는 유럽의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족쇄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대전환은 기업 내부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요구한다.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경우, 현재 700명의 직원 중 460명이 코딩을 하고 있으며, "변화가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지 않기 때문에" 코딩 교육을 의무화해야 했다.
장면 2. 천문학적 투자, AI는 버블인가?
이러한 사회경제적 격차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월스트리트와 실리콘밸리는 AI의 잠재력에 천문학적인 자본을 쏟아붓고 있다. 그러나 이 투자의 규모가 너무 거대해지면서, 이제는 이것이 지속 가능한 혁신인지 아니면 또 다른 금융 버블인지에 대한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2.1. 버블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
- 투자 대비 수익의 불확실성: 거대 기술 기업들은 AI에 전례 없는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JP모건은 2030년까지 AI 투자에서 10%의 완만한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기술 산업 전체가 매년 6,500억 달러의 추가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 과거 버블을 연상시키는 순환 거래: 최근 일부 AI 관련 거래는 기업이 자신의 고객이나 공급업체에 막대하게 투자했던 과거 금융 버블의 지속 불가능한 패턴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업계의 우려를 낳고 있다.
- 제한적인 실제 업무 적용: Scale AI와 AI 안전 센터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현재 최고의 AI 시스템조차도 광범위한 실제 업무 과제 중 단 2.5%만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데 그쳤다.
- 느린 기업 도입: 최근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AI를 도입한 전 세계 기업의 거의 3분의 2가 아직 회사 전체로 이 기술을 확장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지만, 니콜라이 탕엔은 설령 현재의 AI 붐이 버블이라 할지라도, 그 결과가 파국적이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정교한 관점을 제시한다. 그는 "만약 이것이 버블이라 해도, 그렇게 나쁜 버블은 아닐 수 있다"고 말하며, AI에 쏟아부어진 막대한 자본이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킬 기술 발전에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2. 지속 가능한 성장을 기대하는 시각
- 실질적인 수익 창출: AI 버블 논쟁의 중심에는 엔비디아의 경이로운 실적이 자리 잡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상장 기업으로 등극한 엔비디아는 분기 매출 570억 달러라는 기록을 세웠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수치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AI 버블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우리는 매우 다른 현실을 보고 있다"고 단언했다.
- 폭발적인 사용자 증가: OpenAI에 따르면, 챗GPT의 주간 활성 사용자는 2023년 1월 1억 명에서 2025년 10월 8억 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 기하급수적인 성능 향상: AI 기술의 발전 속도는 여전히 가속화되고 있다. METR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6년간 AI 모델이 해결할 수 있는 작업의 복잡성은 7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해왔다.
- 증가하는 기업 채택: 미국 인구조사국 데이터는 AI를 사용 중이거나 향후 6개월 내에 사용할 계획이 있는 미국 기업의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여 2025년 7월 기준 각각 10%와 14%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2.3. 중국의 AI 시장: "버블과는 거리가 멀다"
골드만삭스의 중국 수석 주식 전략가 킹거 라우(Kinger Lau)는 중국의 AI 주식 랠리가 "버블과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한다. 미국과 중국의 가치 평가 격차가 그 핵심 근거다.
| 지역 | 상위 10개 기술 기업 시가총액 | 전체 지수 내 비중 |
|---|---|---|
| 미국 | 25조 달러 | S&P 500의 약 40% |
| 중국 | 2조 5천억 달러 | 전체 그룹의 약 15% |
라우는 컴퓨팅 파워에 집중하는 미국과 달리 AI 애플리케이션에 주력하는 중국의 전략이 단기적으로 더 나은 수익 창출 능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장면 3. AI가 바꾸는 시장의 법칙: 토큰, 반도체, 그리고 새로운 리스크
AI는 주식 가치 평가를 넘어 기술 시장의 작동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성능 지표부터 공급망, 리스크 평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다.
3.1. '토큰'이라는 새로운 지표의 함정
토큰은 거대 언어 모델(LLM)이 처리하는 텍스트 단위(영어 단어 기준 보통 4개 문자)다. 구글이 매월 1,300조 개의 토큰을 처리하는 등 사용량은 폭증하고 있지만, 이것이 수익성으로 직결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비용 구조와 치열한 가격 경쟁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 토큰 증가는 새로운 수익원 창출보다 기존 제품에 AI를 통합하는 것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 토큰 생산 비용은 급락했지만(GPT-4 수준 작업의 경우 연간 97% 하락), 모델이 더 크고 복잡해지면서 총비용은 여전히 높게 유지된다.
- 중국의 딥시크(DeepSeek) 같은 경쟁사와의 극심한 가격 경쟁이 마진을 압박한다.
3.2. AI가 촉발한 반도체 슈퍼사이클
AI 산업의 수요 급증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가파른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올해 4분기에 30%, 2026년에는 추가로 20%의 가격 인상을 예측한다.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기업 및 데이터센터용 대용량 스토리지 공급에 집중하면서,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일반 메모리 공급은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러한 공급 부족은 일부 스마트폰 모델의 자재 명세서(BOM) 비용을 15% 상승시켰으며, 이 비용은 가격 인상이나 사양 하향 조정을 통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3.3. 보험사들이 외면하는 AI 리스크
AIG, WR 버클리와 같은 글로벌 대형 보험사들이 기업 보험 증권에서 AI 관련 리스크를 제외하는 허가를 감독 당국에 요청하고 있다. 보험사 모자이크(Mosaic)의 데니스 버트람은 AI 모델의 결과물이 "지나치게 블랙박스 같고" 예측 불가능해 보험 인수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개발자, 모델 제작자, 최종 사용자 중 누구에게 있는지 불분명하다는 점도 문제다.
이러한 리스크의 실체를 보여주는 고비용의 AI 오류 사례는 다음과 같다.
- 한 태양광 회사는 구글의 AI 오버뷰 기능이 허위 사실을 진술했다며 최소 1억 1천만 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 에어캐나다는 자사 챗봇이 임의로 만들어낸 할인 혜택을 고객에게 이행하라는 법원 판결을 받았다.
- 영국 엔지니어링 그룹 아럽(Arup)은 사기꾼들이 고위 임원의 딥페이크를 이용해 송금을 지시하면서 2,5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장면 4. 대전환의 시대, 금융의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
AI는 생산성과 불평등, 기회와 위협이라는 양면성을 드러내고 있으며, 시장은 버블과 혁신 사이에서 격렬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동시에 예측 불가능성으로 인해 보험 가입조차 거부되는 새로운 차원의 운영 리스크가 부상하고 있다.
니콜라이 탕엔이 예측이 무의미한 시대에 "이제는 민첩성, 문화,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 사회를 대비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 것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다.
이 거대한 흐름의 실질적인 증거는 글로벌 자본의 움직임에서 찾을 수 있다. 올해에만 80억 달러 규모의 자본이 인도로 쏟아져 들어간 현상은 AI가 촉발한 대전환 속에서 글로벌 금융 시스템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AI의 엄청난 잠재력과 예측 불가능한 위험 사이에서 자본이 얼마나 필사적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지를 증명한다.
인도 금융 섹터는 올해 들어서만 외국 기업으로부터 80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23억 달러, 2023년 14억 달러에 비해 급증한 수치다. 에미레이트 NBD의 30억 달러 규모 RBL 은행 지분 인수, 스미토모 미쓰이의 17억 달러 규모 Yes Bank 지분 매입 등이 대표적이다. 인도 중앙은행이 비정부 은행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15% 지분 상한선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인도는 이 불확실한 시대에 던지는 하나의 가시적인 베팅이며, AI는 이 거대한 자본 재배치의 가장 강력하면서도 가장 변동성이 큰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2025년 11월 24일, 우리는 이 네 가지 장면을 기록한다.
오늘 관찰한 현상들은 AI 경제가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 표면적으로는 기하급수적 성장과 혁신의 서사가 지배하지만, 그 아래에는 구조적 취약성이 축적되고 있다.
토큰이라는 용질이 과도하게 녹아 있지만 수익이라는 결정핵은 형성되지 않았고, 자본이 AI 산업으로 집중되지만 실물경제로의 확산은 제한적이며, 미국과 중국은 서로 다른 전략으로 분화하면서 글로벌 시스템의 안정성은 그 계면 강도에 달려 있다. 보험사들의 집단적 후퇴는 시스템에 축적된 미세 균열의 신호다.
자연에서 상전이는 갑작스럽게 일어나지만, 그 조건은 오랜 시간 축적된다. 오늘은 그 조건들이 임계점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기록하는 날이다.
우리는 답을 알지 못한 채 질문만을 기록한다. 그것이 오늘을 그리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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