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적에게 돈을 대다: AI 제국들의 '배신'과 새로운 전쟁의 서막
상상해 봅시다. 당신이 코카콜라의 대주주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당신이 펩시에게 수조 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최신 공장 설비까지 빌려주기로 했다고 발표합니다. 사람들은 미쳤다고 하거나, 배신이라고 하겠죠.
그런데 지금, AI 시장에서 바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OpenAI(챗GPT)의 가장 든든한 뒷배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챗GPT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앤트로픽(Claude)에게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심지어 AI 칩의 절대 군주 엔비디아도 이 딜에 합류했습니다.
도대체 왜 이들은 '내 편'을 두고 '적'에게 무기를 대주는 걸까요? 이 기묘한 '양다리 작전' 뒤에 숨겨진 거대 제국들의 속내를 파헤쳐 봅니다.
1. 제국의 셈법: "누가 이기든, 세금은 나에게 내라"
우리는 흔히 AI 전쟁을 '누가 더 똑똑한 AI를 만드냐(모델 경쟁)'의 싸움으로 봅니다. 챗GPT냐, 클로드냐 하는 것이죠. 하지만 제국(MS, 엔비디아)의 눈높이는 다릅니다. 그들은 경기장에서 싸우는 검투사가 아니라, 경기장(콜로세움)의 주인이 되고자 합니다.
- 마이크로소프트(MS) "길의 지배자": MS가 앤트로픽에게 50억 달러를 투자했다는 것은 사실상 "50억 달러 어치 내 고속도로(Azure) 이용권"을 준 것과 다름없습니다. OpenAI든 앤트로픽이든 경쟁이 치열해져 통행량이 늘어날수록 MS는 웃습니다.
- 엔비디아 "철의 제왕": 앤트로픽이 챗GPT를 이기려면 더 좋은 무기(GPU)가 필요합니다. 엔비디아는 앤트로픽에게 돈을 대주며 "자, 이 돈으로 내 최신 무기를 사서 더 격렬하게 싸워라"라고 부추깁니다. 무기상은 전쟁이 격해질수록 돈을 법니다.
2. 수직적 동맹의 탄생: 거대한 성벽을 쌓다
이 기묘한 투자의 정체는 바로 '수직적 동맹(Vertical Alliance)'입니다. MS(인프라) - 엔비디아(하드웨어) - 앤트로픽(소프트웨어)이 하나로 묶이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부품사, 제조사, 유통사가 따로 놀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거대 제국들은 "칩부터 클라우드, AI 서비스까지" 한 줄로 꿰어 완벽한 통제권을 가지려 합니다.
이 동맹은 거대한 성벽을 쌓아 고객을 가두는 '가두리 양식장(Lock-in)'이 됩니다. "우리 생태계 밖으로 나가지 마. 여기가 제일 편하고 빨라."라며 효율성을 무기로 고객을 유혹합니다.
3. 반격의 서막: "성벽을 넘어라" (수평적 연대)
하지만 이 꼴을 두고 볼 수 없는 세력들이 있습니다. 바로 아마존(AWS), 구글, 그리고 수많은 오픈소스 진영입니다. MS-엔비디아-앤트로픽의 '수직적 독점'이 강해질수록, 이에 대항하는 '수평적 연대(Horizontal Alliance)'가 필연적으로 등장할 것입니다.
수평적 연대의 논리: "자유를 허하라"
수직적 동맹이 "우리 것만 써!"라고 강요한다면, 수평적 연대는 "어디서든 쓸 수 있게 해 줄게!"로 맞섭니다.
이는 특정 칩이나 클라우드에 얽매이지 않는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핵심 무기로 삼습니다. 결국 미래의 AI 전쟁은 [독점하려는 수직적 제국] vs [개방하려는 수평적 연합군]의 싸움으로 확전될 것입니다.
4. 결론: 우리는 거품 위에 서 있는가?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가 앤트로픽에 돈을 댄 것은 '사랑'도 '배신'도 아닙니다. 그것은 '영원한 지배'를 위한 보험이자, 자신들의 영토를 견고히 하려는 성벽 쌓기입니다.
하지만 역사는 증명합니다. 성벽이 높아질수록, 그 성벽을 넘으려는 연대 또한 강해진다는 것을요. 지금 우리는 거대 제국들이 쏘아 올린 22조 원짜리 신호탄을 보고 있습니다. 이것이 AI 시장을 독점하는 '통일 제국'의 시작일지, 아니면 더 거대한 '연합군과의 전쟁'을 부르는 서막일지, 흥미롭게 지켜볼 때입니다.
💡 독자를 위한 한 줄 요약
"MS와 엔비디아는 1등 말을 맞히는 도박을 하는 게 아니라,
어떤 말이 우승하든 돈을 버는 경마장 자체를 소유하려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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