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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과 심호흡/오늘을 그리기

AI 회사는 결국 무엇을 파는 회사일까? | 맥도날드와 AI 산업 비교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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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회사는 결국 무엇을 파는 회사일까? | 맥도날드와 AI 산업 비교 분석

AI 회사는 결국 무엇을 파는 회사일까?

맥도날드를 생각해보세요. 우리 눈에는 햄버거 회사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황금 상권의 부동산을 소유한 부동산 회사입니다. 바로 오늘, 맥도날드가 홍콩 옌롱(元朗)의 매장 건물을 7,740만 홍콩달러(약 130억원)에 매각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1987년 930만 홍콩달러에 산 건물을 38년 만에 8배 이상의 가격에 판 겁니다. 그사이 매장은 월세 46만 홍콩달러를 내며 20년 장기 임대로 계속 운영되고 있고요.

그렇다면 요즘 가장 뜨거운 AI 회사들은 본질적으로 무엇을 파는 회사일까요? 산업 공급망을 비교해보면 흥미로운 답이 나옵니다.

맥도날드의 공급망: 땅 위에 세운 제국

맥도날드 한 개 매장이 열리기까지의 공급망을 봅시다:

1단계: 부동산 (핵심)

  • 맥도날드 본사가 황금 상권의 땅을 사거나 장기 임대
  • 가맹점주에게 다시 임대 (부동산 수익)
  • 오늘의 홍콩 사례: 38년간 8배 수익 + 그동안의 임대료 수입

2단계: 원재료 공급망

  • 감자: 계약 농장에서 특정 품종 재배
  • 소고기: 특정 규격에 맞춘 공급업체
  • 빵, 야채, 소스: 표준화된 중앙 공급망

3단계: 물류

  • 냉장/냉동 유통망
  • 지역별 물류센터
  • 매장별 정시 배송

4단계: 매장 운영

  • 표준화된 주방 설비
  • 매뉴얼화된 조리 과정
  • 최종 고객에게 햄버거 판매

핵심은 부동산입니다. 맥도날드는 지금 홍콩에서 12억 홍콩달러(약 2,000억원) 규모의 8개 매장 건물을 매각 중입니다. 침사추이, 코즈웨이베이, 몽콕 등 주요 상권이죠. 하지만 건물을 팔아도 매장은 계속 운영합니다. 장기 임대 계약을 맺고요.

햄버거는 부동산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고, 진짜 수익은 부동산에서 나옵니다.

AI의 공급망: 전력 위에 세운 제국

이제 ChatGPT나 Claude 같은 AI 서비스가 작동하기까지의 공급망을 볼까요?

1단계: 반도체 제조 (핵심)

  • ASML: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전 세계 독점 공급)
  • TSMC, 삼성전자: 최첨단 칩 제조 (파운드리)
  • Nvidia: GPU 설계
  • SK하이닉스, 삼성: HBM 메모리 생산

2단계: 전력 공급망

  • 발전소: 데이터센터를 위한 안정적 전력
  • 냉각 시스템: 엄청난 발열을 식히는 인프라
  • 전력망: 24시간 끊김없는 공급

3단계: 데이터센터 인프라

  • 서버 랙과 네트워킹 장비
  • 분산 컴퓨팅 시스템
  • 클라우드 인프라

4단계: AI 모델 개발

  • 학습 데이터 수집 및 정제
  • 모델 훈련 (막대한 연산)
  • 모델 최적화 및 배포

5단계: 서비스 제공

  • API나 웹 인터페이스
  • 최종 사용자에게 AI 답변 제공

결정적 차이: 맥도날드는 자산을 소유하지만, AI 회사는 소비만 한다

여기서 중요한 차이가 드러납니다.

구분 맥도날드 AI 회사
핵심 자산 부동산을 소유 반도체/전력을 소비
장기 수익 38년간 8배 수익 + 임대료 GPU는 2-3년이면 구식
확장성 매장 팔아도 임차인으로 운영 더 똑똑한 모델 = 더 많은 칩
비즈니스 모델 자산 축적형 비용 소모형

그래서 누가 돈을 버는가?

맥도날드는 부동산으로 돈을 법니다. 그렇다면 AI 산업에서는?

오늘 나온 숫자들이 답을 줍니다:

삼성전자

200%

올해 주가 2배 상승

SK하이닉스

250%

올해 주가 상승률

Cambricon

506배

PER (주가수익비율)

SMIC

221배

PER (주가수익비율)

알리바바의 Qwen3-Max가 암호화폐 트레이딩에서 2주 만에 22%의 수익률로 OpenAI를 이겼다는 뉴스가 나왔지만, 정작 주가로 돈을 번 건 메모리와 칩을 공급하는 회사들입니다.

아시아 증시는 AI 공급망에 올인하고 있다

홍콩 항셍지수: 6개 AI 관련 기술주가 올해 수익의 50% 차지
알리바바, 샤오미, 콰이쇼우, SMIC 등

한국 코스피: 2개 주식이 지수 수익의 40% 차지
삼성전자(18.2%), SK하이닉스(11.7%)

대만 타이베이 지수: TSMC 한 종목이 올해 수익의 절반 이상 차지

맥도날드가 홍콩 황금 상권 부동산에 투자한 것처럼, 아시아 투자자들은 AI 공급망의 최상단인 반도체 제조에 베팅하고 있습니다.

한 투자 전문가는 "데이터 저장과 메모리 칩에 대한 엄청난 새로운 수요가 슈퍼사이클을 만들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결정적 약점이 있다

맥도날드와 AI 공급망의 결정적 차이는 안정성입니다.

맥도날드 부동산:

  • 한 매장이 망해도 건물은 남습니다
  • 다른 업종이 들어올 수 있습니다
  • 홍콩 부동산 시장이 어려워도 코즈웨이베이 황금 상권은 가치가 있습니다
  • 분산된 위험

AI 반도체 공급망:

  •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가 줄어들면 전체 공급망이 흔들립니다
  • GPU는 AI 외에는 쓸모가 제한적입니다
  • HBM 메모리도 마찬가지입니다
  • 집중된 위험

Société Générale의 아시아 주식 전략 책임자는 경고합니다: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이 미국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미국에 거품이 있다고 가정하면, 아시아에도 거품이 있는 겁니다."

실제로 아시아 AI 주식들의 집중도는 위험 수준입니다:

  • 홍콩: 6개 종목이 지수 수익의 50%
  • 한국: 2개 종목이 지수 수익의 40%
  • 대만: 1개 종목이 지수 수익의 50%+

맥도날드는 전 세계 수만 개의 부동산에 분산 투자되어 있지만, 아시아 AI 투자는 소수의 반도체 기업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AI가 만든 또 다른 산업: 사기의 진화

아이러니하게도 AI 붐은 범죄 산업도 동시에 키우고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

  • 전체 범죄의 40% 이상이 사기
  • 사기의 17%가 전화/문자를 통해 발생
  • 올해 상반기에만 6억 2,900만 파운드(약 1조 1,000억원) 피해
  • 손실의 29%가 통신 사기에서 발생 (고액 사기가 많기 때문)

범죄자들은 '번호 스푸핑'으로 해외 콜센터에서 영국 은행이나 경찰 번호를 위장해 전화를 걸어, 피해자를 속여 '안전 계좌'로 돈을 이체하게 만듭니다.

더 무서운 건 AI가 범죄를 고도화시키고 있다는 점:

  • 딥페이크 영상을 이용한 고액 투자 사기
  • AI로 생성한 가짜 로맨스 사기
  • 실시간 음성 변조로 가족 사칭

그래서 영국 통신사들(BT EE, VodafoneThree, Virgin Media O2)은 AI를 활용해 사기 전화를 차단하는 시스템을 1년 내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5G로 업그레이드하면 번호 위조가 불가능해지고, 해외 발신이 명확히 표시됩니다.

AI가 만든 문제를 AI와 인프라 업그레이드로 해결하는 셈입니다.

맥도날드가 더 많은 매장을 열수록 더 많은 부동산이 필요하듯, AI가 발전할수록 더 많은 반도체와 통신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AI 범죄가 늘어날수록 그것을 막는 인프라도 필요하고요.

결론: 부동산 제국 vs 소비 제국

맥도날드의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면 답이 명확합니다:

맥도날드 = 부동산 회사

  • 황금 상권 부동산 소유
  • 38년간 8배 수익 + 임대료 수입
  • 건물을 팔아도 매장 운영 지속
  • 자산 축적형 비즈니스

AI 회사 = 반도체/전력 소비 회사

  • 끊임없이 최신 칩 필요
  • 막대한 전력 소비
  • 기술 진보 = 더 많은 소비
  • 비용 소모형 비즈니스

그래서 진짜 돈을 버는 건:

  • 맥도날드 본사 (부동산 소유자)
  • TSMC, 삼성, SK하이닉스 (반도체 공급자)

아시아 증시는 이미 답을 알고 있습니다. 지수 수익의 절반을 AI 공급망 기업들이 만들어내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조심해야 합니다:

맥도날드가 홍콩 부동산을 팔아도 전 세계 수만 개 매장의 부동산이 있지만, AI 반도체 산업은 미국 빅테크 몇 개 회사의 투자 결정에 운명이 달려 있습니다.

맥도날드 가맹점은 햄버거가 안 팔려도 건물은 남지만, AI 칩 제조사는 수요가 끊기면 엄청난 설비투자 비용만 남습니다.

그리고 AI가 발전할수록 새로운 범죄도 진화하고, 그걸 막기 위해 또다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아이러니한 순환이 계속될 겁니다.

결국 AI 시대에 가장 확실한 것은:

  • AI 모델은 계속 진화하지만
  • 그 모델을 돌리려면 반도체가 필요하고
  • 반도체를 만들려면 ASML의 장비가 필요하고
  • 모든 걸 돌리려면 전력이 필요합니다

맥도날드가 부동산 위에 세워진 것처럼, AI 제국은 반도체와 전력 위에 세워지고 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맥도날드의 부동산은 자산으로 쌓이지만, AI의 반도체는 비용으로 소멸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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