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 논란을 넘어: 지속가능한 편의의 시대를 여는 법
우리는 누구의 죽음 위에서 편리함을 누리고 있는가
하지만 그 편리함의 이면에서, 20대 청년이 주 80시간을 일하다 숨졌고, 새벽 배송 기사들은 평균 179개의 택배를 나르며 과로사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24시간 편의는 정말 지속 가능한 혁신일까요?
악마화의 악순환: 기업 vs 노동자라는 낡은 프레임
런던베이글뮤지엄 사태와 새벽배송 금지 논쟁을 보며, 우리 사회는 또다시 익숙한 대립 구도에 빠져듭니다.
"기업이 악마다! 노동자를 착취하는 자본가를 규제해야 한다!"
다른 쪽에서는 반박합니다:
"개인의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라! 과도한 규제는 혁신을 죽인다!"
하지만 이 이분법적 프레임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기업을 악마화하면 더 강한 규제가 만들어지고, 규제는 다시 편법을 낳고, 편법은 더 큰 비극을 만듭니다.
이 악순환을 끊으려면,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진짜 문제는 '비효율의 떠넘기기'다
새벽 배송 토론에서 장혜영 의원이 지적한 핵심이 있습니다. 배송 기사들이 과로하는 이유는 단순히 '새벽에 일해서'가 아니라, 본업인 배송 외에 분류 작업, 상하차, 프레시백 회수 등 온갖 비핵심 업무까지 떠맡기 때문입니다.
런던베이글뮤지엄도 마찬가지입니다. 96.8%가 비정규직인 환경에서, 쪼개기 계약으로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은 휴식을 요구할 수도, 문제를 제기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것은 노동 착취 이전에, 경영의 비효율입니다.
기업이 단기 비용 절감에만 집중하면서 시스템 개선을 외면하고, 그 비효율의 대가를 노동자의 시간과 건강으로 메우고 있는 것입니다.
세 번째 길: 전문성과 주인의식의 조화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규제도 탈규제도 아닙니다. '전문성 있는 시스템 구축'과 '노동자의 주인의식 고양', 이 두 가지의 조화입니다.
1. 전문 아웃소싱: 비핵심 업무의 분리
DHL, FedEx, 아데코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이 문제의 답을 알고 있습니다.
- 물류 분류 전문 업체가 분류 작업을 전담하면, 배송 기사는 배송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 AI 기반 위험 예측 시스템으로 과로 리스크를 사전에 감지하고 예방합니다
 - 투명한 근로시간 관리로 노무 리스크를 원천 차단합니다
 
이것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입니다.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들어도, 장기적으로는 이직률 감소, 생산성 향상, 법적 리스크 제거로 더 큰 가치를 만들어냅니다.
2. 주인의식: 불안정을 넘어 전문가로
쪼개기 계약과 특수고용은 노동자에게서 미래를 빼앗습니다. 내일도 일할 수 있을지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요?
노동자를 전문가로 대우해야 합니다:
- 기간제를 줄이고 정규직 전환 경로를 명확히 하기
 - 직무 전문성에 따른 등급 체계와 임금 차등 제공
 - 안정적 고용 보장으로 장기 근속 유도하기
 
아데코는 파견 인력에게도 체계적인 교육과 복지, 성장 경로를 제공합니다. 이것이 '더 나은 일(Better Work)'의 철학이며, 낮은 이직률과 높은 생산성으로 돌아옵니다.
새로운 시대가 필요한 이유: AI 시대의 노동 혁신
우리는 인공지능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20세기 방식으로 사람을 '소모'하고 있습니다.
상상해보세요:
- AI가 과거 매출 데이터를 분석해 정확한 시간에 필요한 인력만 투입하는 식당
 - 15분짜리 마이크로 안전교육을 이수한 전문 테크니션이 파견되는 주방
 - 근로자가 고용주를 평가하고, 좋은 평가를 받은 업체에 더 숙련된 인력이 매칭되는 선순환 시스템
 
이것이 바로 지속 가능한 편의입니다.
노동자는 불안정한 알바가 아닌 전문가로 성장하고, 경영자는 노무 리스크 없이 필요한 전문성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소비자는 양심의 가책 없이 편리함을 누릴 수 있는 세상.
우리가 선택해야 할 미래
런던베이글뮤지엄과 새벽배송 논란은 우리에게 선택을 요구합니다.
B. 함께 혁신하기: 전문성과 주인의식으로 노동의 질을 높이고, 진짜 효율성을 달성할 것인가?
맺으며: 우리가 만들어갈 새로운 기준
과로사는 개인의 선택 문제도, 기업의 악의 문제도 아닙니다. 시스템의 비효율 문제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 기업의 비용 절감이 아닌 가치 투자
 - 노동자의 희생이 아닌 전문성 개발
 - 규제의 강화가 아닌 시스템의 혁신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사람이 소모품이 아닌 자산이다"라는 철학이 있어야 합니다.
새벽에 배달되는 베이글이 누군가의 죽음 위에 놓여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누리는 편리함이 지속 가능하려면,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도 지속 가능해야 합니다.
이제는 바꿀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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