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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과 심호흡/오늘을 그리기

썩은 토양에 AI는 자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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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토양에 AI는 자라지 않는다

썩은 토양에 AI는 자라지 않는다

한국 AI 정책, 진짜 출발점은 따로 있다

01

능력 수출 시대, 한국은 어디에 있나

코인이 에너지를 거래하던 시대가 있었다면, 이제 AI는 인간의 능력을 복제해서 전 세계로 수출하는 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더 이상 '기술' 경쟁이 아닙니다. 인간의 사고, 판단, 창의력이라는 본질적 능력을 누가 더 잘 생산하고, 얼마나 빠르게 세계에 배포하느냐의 싸움이죠.

AI 공급망의 구조
• 데이터는 원료
• 모델은 공장
• 클라우드는 항구
• 채택률은 시장 점유율

미국은 엔비디아의 첨단 칩과 초거대 모델로 '최고 품질'의 지능을 대량 생산합니다. 중국은 'AI 플러스' 전략으로 AI를 산업 현장에 빠르게 통합하며 '속도'를 무기로 삼고 있고요.

그럼 한국은?

솔직히 말해봅시다. 우리는 수입국입니다. ChatGPT로 보고서 쓰고, AWS에 서비스 올리고, 엔비디아 칩으로 AI 돌립니다. 한국의 의료 AI는 미국 데이터로 학습되고, 한국의 법률 AI는 영미법 논리로 훈련됩니다.

문제는 이게 20세기 석유 의존보다 더 심각하다는 겁니다. 석유는 에너지를 수입했지만, AI는 사고 방식과 판단 기준까지 수입하거든요.

02

먼저 인정해야 할 것들

AI 정책을 논하기 전에, 우리가 왜 IT 강국이면서도 소프트웨어 후진국인지 정면으로 봐야 합니다.

🔥 공공 IT의 민낯 – 화재가 증명한 것

2020년 과천 정부 데이터센터 화재. 2021년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전 서비스 마비.

그리고 2025년 9월, 충격적인 사건이 또 터졌습니다.

2025년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대전 국자원 전산실의 배터리 화재로 정부 행정시스템 전체가 마비됐습니다. 여권 발급, 민원 서비스, 각종 정부 웹사이트가 일제히 멈춰섰죠.

더 충격적인 건 이게 35년 전부터 예견된 재앙이었다는 겁니다.

서강대 최운호 교수(전 정부 정보화담당관)는 1991년 '국가기간전산망 시스템의 안전관리체계' 연구에 참여해 이미 경고했습니다:

35년 전 경고 내용:
  • 전력 시설(배터리)을 서버실과 분리하라
  • 재해복구 체계를 실질적으로 작동시켜라
  • 화재 대응 시스템을 특수성에 맞춰라

하지만 35년이 지난 지금, 똑같은 문제로 국가 시스템이 멈췄습니다.

무엇이 잘못됐나

전화국
국가 핵심 데이터센터의 정체
"옛 전화국 건물을 개조"

대전 국자원은 처음부터 데이터센터로 설계된 건물이 아닙니다. 옛 전화국 건물을 개조한 겁니다.

데이터센터는 항온, 항습, 무정전이 필수인 '디지털 요새'입니다. 그런데 전화국을 개조하다 보니:

구조적 결함들:
  • 공간 부족: 화재 위험 높은 리튬 배터리를 서버실과 같은 층에 배치
  • 전력 불안정: 데이터센터급 전력 부하를 감당 못 함
  • 냉각 한계: 막대한 열을 처리할 공조 시스템 부족
  • 구획화 실패: 화재 시 방화벽으로 구획되어야 하는데 안 됨

"공간이 부족해서요"는 변명이 될 수 없습니다. 국가 핵심 인프라의 안전 원칙을 저버린 겁니다.

백업 시스템? 작동 안 했습니다

정부는 자랑했습니다. "대전-광주-대구 3중 체계에 공주 재해복구센터까지! 무중단 시스템!"

그런데 화재 나자? 백업 시스템 감감무소식. 몇 시간이 지나도 복구 안 됐습니다.

왜 백업이 안 됐나:
• 광주, 공주 센터의 시스템 구축이 미완성
• 클라우드 이중화 설정 오류
• 정기 훈련 안 함 (실제로 전환되는지 테스트 안 함)
• 통신망 자동 절체 실패

백업은 단순히 데이터만 복사해 놓는 게 아닙니다. 실제로 작동하는지 매달 테스트해야 합니다. 안 하면 그냥 값비싼 저장 장치일 뿐이죠.

소화 설비도 무용지물

전산실은 물을 못 쓰니까 할로겐 가스로 불을 끕니다. 산소를 없애서 불을 끄는 원리죠.

그런데 리튬 배터리는 스스로 산소를 만들어냅니다. '열 폭주(Thermal Runaway)' 현상으로 폭발적으로 타오르죠. 가스 소화제? 아무 소용없습니다.

결국 물을 뿌렸습니다. 리튬 배터리를 식히려면 대량의 물로 냉각시키는 수밖에 없거든요. 하지만 물이 서버에 들어가면? 복구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또

40-60%
정부 IT 프로젝트에서
중간 업체가 가져가는 마진
정부 IT 사업의 진실:
  • 삼성SDS, LG CNS, SK C&C 같은 SI 공룡이 원청
  • 실제 개발? 2-3차 하청 중소기업
  • 중간에서 40-60% 마진
  • 결과물? 액티브X 천국, 해킹 천국
  • 책임자 처벌? 없음. 보도자료만

2022년 정부는 "AI 데이터 댐"에 4조원을 퍼부었습니다. 결과는? 저품질 데이터 쓰레기장. 아무도 안 씁니다.

35년 전 경고를 무시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책임자는 없는 정부가 "AI 주권"을 말한다고요?

💰 재벌 IT의 실체 – 비자금 창구였다

한국 IT 대기업의 진실을 봅시다.

삼성SDS:
• 매출의 60% 이상이 삼성 계열사
• 이재용 지분 증식 도구
• 2023년 클라우드 사업 철수 (AWS 못 따라감)
• 삼성전자 ERP 독점 수주, 시장가 대비 2배
SK C&C:
• 최태원 일가 핵심 지배 수단
• SK 계열사 IT 독식
• 2021년 화재로 국민 불편 초래
• 처벌? 없음
LG CNS:
• LG 계열사 전용 IT 부서
• 외부 수주 거의 없음
• 존재 이유: 구광모 일가 지배 구조

이들의 "AI 투자"는 대부분 마케팅 용어입니다. 진짜 연구는 거의 없어요. 미국이나 이스라엘 스타트업 사서 "우리가 개발했다" 포장만 하죠.

네이버와 카카오는? 재벌보단 낫지만 문제 있습니다. 네이버는 검색 독점으로 방만 경영하다 라인을 일본에 넘겼고, 카카오는 문어발식 확장으로 국민 반감만 샀죠. 하이퍼클로바? 출시하고 망하고 지금은 GPT 재포장 중입니다.

03

왜 기존 방식은 실패할 수밖에 없나

환상 1: "국산 클라우드로 주권 지키자"

이건 솔직히 말해서 네이버 보호 정책일 뿐입니다.

왜 실패하나:
  • 클라우드는 규모의 경제 싸움 (한국 시장만으론 절대 못 이김)
  • 강제로 쓰게 하면 한국 기업만 손해 (느린 속도, 비싼 가격)
  • 프랑스 Gaia-X: 실패
  • 일본 정부 클라우드: 유명무실
  • 중국도 알리바바는 AWS 기술 기반

진실: 클라우드 종속은 사실 큰 문제 아닙니다. 임대료일 뿐이에요. 진짜 종속은 외국 AI 모델 의존입니다.

AWS 쓰든 Azure 쓰든 상관없어요. 문제는 GPT-4, Claude, Gemini라는 외국 두뇌에 의존하는 겁니다.

환상 2: "대기업이 힘 합치면 되지 않나"

"삼성-네이버-LG가 컨소시엄 만들면 한국형 AI 나온다"는 주장 들어보셨죠?

3조원
이들에게 줬을 때 예상되는 결과:
절반 증발, 나머지로 외국 기술 사서 "국산" 포장

역사가 증명합니다:

  • 데이터 댐 4조 → 쓰레기
  • 5G 세계 최초 → 품질은 4G보다 못함
  • K-방역 → 백신은 전량 수입
04

구조 파괴가 먼저다

AI 정책의 출발점은 "AI 개발"이 아닙니다. "썩은 구조 파괴"입니다.

🔨 파괴 1: 공공 IT 해체

정부 SI 사업 구조 혁파:
  • 대기업 원청 비중 50%로 제한 (현재 90%)
  • 발주를 20개로 쪼개서 중소기업 직접 수주
  • 실패하면 책임자 형사 처벌
  • 프로젝트 코드 전면 공개 (오픈소스)
데이터센터 재검토:
  • 정부 직접 운영 포기
  • 차라리 AWS/MS에 맡기되 감사 권한 확보
  • 또는 싱가포르식 독립법인 (정부 지분 0%)
  • 백업은 물리적으로 다른 위치 의무화
  • 리튬 배터리는 서버실과 완전 분리

전자정부 혁신: 액티브X 완전 퇴출. 2025년까지 잔존 시 담당자 징계. 글로벌 웹 표준 준수 의무화.

⚖️ 파괴 2: 재벌 IT 분리

일감 몰아주기 처벌 강화:
  • 계열사 거래 시 시장가 대비 +20% 이상이면 불법
  • 위반 시 매출의 10% 과징금
  • 총수 일가 형사 처벌 가능

구조적 분리: 삼성SDS, LG CNS, SK C&C 계열 분리 강제 또는 총수 일가 지분 전량 매각. 내부 거래 비중 50% 이하로 제한.

🚀 파괴 3: 새로운 경쟁 체제

스타트업 직접 지원:
  • 정부 예산을 대기업 거치지 않고 직접 지급
  • 오픈소스 공개 의무
  • 실패 시 정부가 IP 확보, 성공 시 수익 배분

정부 프로젝트 입찰 규정 개편: 100억 이상 프로젝트는 대기업 입찰 금지. 직원 100명 이하 스타트업만 가능. 또는 AWS, MS,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 직접 참여 허용.

해외 인재 직접 유치: 미국/중국에서 일하는 한국인 AI 연구자를 대기업 거치지 않고 독립 연구소 설립 지원. 5년간 소득세 50% 감면.

05

그 위에 세울 진짜 AI 정책

전략 1: 모델 주권 – "두뇌는 빌리면 안 된다"

클라우드는 빌려도 됩니다. 하지만 두뇌는 빌리면 안 됩니다.

한국 기반 모델 개발:
• 목표: 한국어 이해도에서 GPT-4 압도
• AWS, Azure, 알리바바 어디서든 작동
• 오픈소스로 배포
• 5분 안에 어디든 배포 가능

데이터 전략 – 보호가 아니라 무기화:

  • 한국어 고품질 데이터셋 구축 (네이버-카카오-정부 통합)
  • 품질 관리 철저 (중국 저품질과 차별화)
  • 한국어 1등 모델 만들면 → 구글도 오픈AI도 우리 데이터 사러 옴
아이슬란드 사례:
인구 38만 소국이지만 아이슬란드어 데이터 독점으로 구글/메타와 대등 협상. "우리 언어 배우고 싶으면 우리 데이터 사라."

예산: 3년간 2조원. 단, 삼성SDS 같은 대기업 배제. 카이스트-서울대 연구진 + AI 스타트업 직접 지원.

전략 2: 도메인 특화 – 승산 있는 싸움만

범용 AI 경쟁은 포기합니다. 한국이 세계 최고인 영역만 공략해요.

K-제조 AI:
• 삼성-현대차-SK 제조 데이터 통합 (강제)
• 반도체/배터리/자동차 최적화 AI 세계 1위
• 동남아-유럽 제조업체에 SaaS 판매
• 예산: 5년간 1조원
K-헬스케어 AI:
• 건보공단 + 병원 데이터 결합
• 한국인 맞춤형 질병 예측
• 아시아 시장 공략
• 예산: 5년간 5천억원
K-콘텐츠 AI:
• 웹툰-드라마-음악 생성 AI
• "한국식 창작 지능" 브랜드화
• 글로벌 크리에이터에 판매
• 예산: 민간 주도 (규제만 풀어주기)

전략 3: 멀티 클라우드 – 종속 방지

클라우드 강제 말고 리스크 분산입니다.

민감 데이터 3단계:
• Tier 1 (국가 안보): 국방부 자체 인프라
• Tier 2 (개인정보): 국내 클라우드 선택권 (강제 아님)
• Tier 3 (일반): 글로벌 클라우드 자유 사용

싱가포르 모델: "국산 클라우드" 안 만들고 AWS/MS에게 "한국에 데이터센터 지으면 10년 세금 면제" 제안. 전력 싸고(원전), 인터넷 빠르고, 안정적. 그들이 알아서 투자하게 만들기.

전략 4: 인재 순환 구조

한국 AI 인재 40%가 해외 취업 희망. 막을 순 없어요. 대신 순환시킵니다.

역유입 프로그램:
• 실리콘밸리 5년 경력자 귀국 시 소득세 50% 감면
• 스톡옵션 과세 유예
• 주택 구입 무이자 대출

스타트업 실패 허용: 3년 연구 후 실패해도 재창업 지원. 실리콘밸리처럼 "실패는 경력"

대학 개혁: 카이스트-서울대-포스텍 AI 특별학과. 학부생도 논문 저자. 산학 인턴 의무화.

06

5년 로드맵: 체감 가능한 변화

1년차 (2026): 과거 청산

상징적 조치:

  • 2025년 대전 화재 책임자 처벌
  • 재벌 IT 일감 몰아주기 실태 조사
  • "실패한 국책 IT 사업 백서" 발간

제도 개혁:

  • 공공 IT 발주 규정 전면 개정
  • 대기업 원청 비중 70%로 제한
  • 프로젝트 실패 시 책임자 명단 공개
2년차 (2027): 새 규칙 정착

AI 인프라:

  • 한국 기반 모델 1차 버전 출시
  • 한국어 성능: GPT-4와 동등
  • 오픈소스 공개 → 글로벌 커뮤니티 형성

경쟁 체제:

  • 스타트업 10개 정부 프로젝트 수주
  • 해외 인재 100명 유치
  • AWS/MS 한국 데이터센터 투자 유치
3년차 (2028): 도메인 특화 성과

수출 시작:

  • K-제조 AI 동남아 수출 계약
  • K-헬스케어 AI 싱가포르 병원 도입
  • K-콘텐츠 AI 월 구독자 10만명

국내 성과:

  • 정부 IT 시스템 사고 0건
  • "공공 IT 후진국" 오명 탈피
  • 재벌 IT 내부 거래 50% 이하
4년차 (2029): 생태계 성숙

글로벌 입지:

  • 한국 AI 스타트업 유니콘 3개
  • 아시아 AI 컨소시엄 출범
  • 한국을 "아시아 AI 허브"로 브랜딩

경제 효과:

  • AI 산업 수출 10억 달러
  • AI 일자리 10만개
  • GDP 기여 0.5%
5년차 (2030): 능력 수출국 전환

구조적 변화:

  • 재벌 IT 독점 구조 해체 완료
  • 공공 IT 글로벌 수준 달성
  • 한국 AI 모델 다운로드 1억건

전략적 목표:

  • "AI 수입국"에서 "특화 AI 수출국"으로
  • 한국어 AI 세계 표준 확립
  • 제조/헬스케어 AI 아시아 점유율 30%

환상을 버려야 미래가 보인다

한국 AI 정책이 실패하는 이유는 기술 부족이 아닙니다. 환상 때문입니다.

버려야 할 환상들:
"삼성이 나서면 된다" → 삼성SDS는 혁신 안 함
"정부가 주도하면 된다" → 정부는 IT 모름
"국산 클라우드면 주권 지킨다" → 비효율만 키움
"돈 퍼부으면 된다" → 데이터 댐이 증명함

직시해야 할 현실:
한국 IT는 재벌 비자금 창구였다
공공 IT는 먹는 장사였다
35년 전 경고를 35년간 무시했다
이 구조로는 AI 절대 못 만든다

진짜 필요한 것:

1. 구조 파괴 – 재벌 IT 분리, 공공 IT 해체
2. 새 주체 육성 – 스타트업, 해외 인재
3. 승산 있는 싸움 – 도메인 특화, 언어 주권
4. 리스크 분산 – 멀티 클라우드, 국제 협력

한국은 지금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한 길은 편안합니다. 미국 AI 쓰고, GPT로 만족하고, "AI 소비 선진국"으로 살기. 이 길의 끝은 디지털 식민지입니다.

다른 길은 험난합니다. 썩은 구조를 부수고, 새 주체를 키우고, 특화된 능력을 수출하기. 이 길의 끝은 능력 수출국입니다.

20세기 한국은 "한강의 기적"으로 산업 시대를 역전했습니다.

21세기 한국이 "지능의 기적"을 만들 수 있을까요?

답은 지금 구조를 부술 용기가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시계는 이미 돌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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